기획샤인머스켓 10년의 기록 ①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된 샤인머스켓 상자가 쌓여있다.
국내 포도산업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샤인머스켓이 10여년 만에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최대 포도 품종으로 성장했지만, 생산량 증가와 품질 저하 논란 속에 가격은 급락하고 재배면적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의 위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됐다. 샤인머스켓이 급성장하던 당시에도 산지와 도매시장의 농업인과 경매사들은 과다 결실과 조기 출하, 저품위 유통에 따른 소비자 신뢰 하락을 거듭 경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와 논의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샤인머스켓이 주목받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은 포도산업이 침체를 겪던 시기였다.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수입 포도와의 경쟁이 심화했고, 2000년 2만9200ha에 달했던 포도 재배면적은 2015년 1만5397ha로 줄었다. 품종 구성도 캠벨얼리(67.4%)에 편중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샤인머스켓은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 씨 없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편리함으로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본보가 2016년 취재한 기록을 보면 생산 현장에서 샤인머스켓은 kg당 평균 2만원 선에 거래돼 캠벨얼리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가격을 받았다. 높은 소득을 기대한 농가들이 품종 전환에 나섰다.
샤인머스켓 재배면적·도매가격 추이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농업관측. 도매가격은 가락시장 9월 상품 2kg 상자 평균. 재배면적 점선 구간은 2024·2025년 추산치, 2026년 전망 감소율(9.8%) 적용 계산값. 재배면적 감소가 곧바로 출하량 감소를 뜻하지는 않음
2016년 278ha였던 재배면적은 2023년 약 6458ha로 정점을 찍었다. 2016년의 약 23배 규모다.
2022년에는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41.4%를 차지해 캠벨얼리(31.7%)를 제치고 국내 최대 포도 품종으로 올라섰다.
가락시장 9월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2017년 2kg 상자당 1만8101원에서 2020년 2만7127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1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5년 9496원으로 1만원 선이 무너졌고, 올해는 7476원으로 2020년 정점보다 72.4% 떨어졌다.
재배면적은 2023년까지 증가했지만 가격은 그보다 앞선 2021년부터 하락했다.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 연도 | 재배면적(ha) | 도매가격(원, 2kg) |
|---|---|---|
| 2016 | 278 | - |
| 2017 | - | 1만8101 |
| 2018 | 953 | 2만497 |
| 2019 | - | 2만6765 |
| 2020 | 2913 | 2만7127 |
| 2021 | - | 2만4639 |
| 2022 | 약 6067 | 1만9254 |
| 2023 | 약 6458 | 1만5120 |
| 2024 | 약 6307(추산) | 1만1404 |
| 2025 | 약 5877(추산) | 9496 |
| 2026 | 약 5300(계산) | 7476 |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농업관측. 도매가격은 가락시장 9월 상품 2kg 상자 평균. 재배면적 점선 구간은 2024·2025년 추산치, 2026년 전망 감소율(9.8%) 적용 계산값. 재배면적 감소가 곧바로 출하량 감소를 뜻하지는 않음
“우리도 샤인머스켓 같은 다양한 품종의 재배를 늘려나가 소비 시장도 넓히고 시세도 더 받아야 한다.”
황의창 당시 한국포도회장 · 2015년 11월
수입 포도와의 경쟁 심화와 소비 침체로 국내 포도산업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 샤인머스켓은 새로운 활로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불과 3년 뒤, 몇몇 산지에서 수확량을 늘리는 데 치중해 당도가 떨어지는 물량까지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과다 결실과 조기 출하, 저품위 유통에 따른 소비자 신뢰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본보 2016년 8월 2일자 · 한·칠레FTA로 위축된 포도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샤인머스켓이 주목받는다는 내용
2015~2016년

2015년 11월 본보 기사는 소비자 선호가 기존 검은색 포도에서 적포도와 청포도로 다양해지는 만큼 샤인머스켓과 같은 새로운 품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을 전했다. 이듬해 7월 ‘위기의 포도 산업, 흔들리는 국산 과일’ 기획에서도 샤인머스켓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소개됐다.
당시 제안의 핵심은 샤인머스켓이라는 특정 품종의 성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품종을 다양화해 국산 포도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었다.
2018년
샤인머스켓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8년에는 높은 가격에 따른 부작용이 생산 현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 송이를 지나치게 크게 만들거나 수확량을 늘리면서 당도가 13~14브릭스에 불과한 물량까지 유통되는 상황이 우려됐다.
“인기가 많다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샤인머스켓 가격을 잘 줘선 안 된다. 중량보다는 당도와 품위가 가격 결정의 기준이 돼야 한다”
황의창 당시 한국포도회장 · 2018년 6월
같은 해 8월 가락시장에서 직접 당도를 측정한 황 회장은 “가격이 잘 나온다고 무조건 시장에 출하하면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샤인머스켓이 빛도 보기 전에 주저앉게 된다”고 지적했다. 12월에는 일부 수출업체의 저가 경쟁에 대한 산지의 우려와 함께 정확한 통계와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보 2019년 8월 20일자 · 저품위 출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2019~2020년

2019년 8월 ‘기로에 선 샤인머스켓’ 기획은 일부 산지에서 적정 착과량을 크게 웃도는 포도를 생산해 수확량을 늘리려는 사례를 전했다.
“올해가 샤인머스켓엔 너무나 중요한 해인데 저품위 물량이 출하되면 결국 샤인머스켓 소비는 떨어지고, 재배면적은 급증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김형수 당시 고산영농조합법인 대표 · 2019년 8월
고길석 경매사도 “샤인머스켓은 향이 나고 당도가 좋은 게 특징인데 일부 맹물과 같은 물량까지 출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20년에도 우려는 이어졌다. 높은 가격에 대한 기대와 유통업체의 물량 선점 경쟁 속에서 일부 농가가 출하를 서둘렀다.
“자칫 소비자들한테 값만 비싸고 맛은 없다는 인식이 박히면 올 시즌 이후 샤인머스켓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황의창 당시 한국포도회장 · 2020년 7월
같은 해 9월 경기 화성 송산포도 단지는 추석을 앞둔 수요에도 당도 20브릭스 이상만 출하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이완용 당시 팜스토리 대표는 “우리는 한 품목이 인기면 다 거기에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샤인머스켓 이후 품종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본보 2021년 1월 15일자 · 저품위 물량 출하로 샤인머스켓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내용
2021년

수확기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자 겨울철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저장했던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품질 문제가 불거졌다. 같은 해 7월 강근진 가락시장 경매사는 높은 가격을 기대한 일부 농가가 송이를 지나치게 크게 만드는 경향을 지적했다.
“맛이 안 좋으면 소비가 사그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강근진 가락시장 경매사 · 2021년 7월
과다 결실과 조기 출하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었다. 그해 9월 샤인머스켓 도매가격은 전년보다 9.2%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급 과잉 우려는 이미 2019년부터 제기됐다. 그해 7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의 전문가 협의회에서는 품질 균일화를 위한 재배 매뉴얼 개발·보급, 자율적인 재배면적 조절을 통한 수급안정, 지자체의 무분별한 지원 자제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배 확대를 위한 지원사업이 이어졌다. 경북 A시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50개소·10ha 규모의 샤인머스켓 스마트팜 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공약사업 이행자료에 제시된 실적은 21ha, 사업비는 35억5500만원이다. B도 농업기술원은 2021년 묘목과 덕시설 등 신규 재배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에 보조율 70%를 적용했다.
공급 과잉 경고와 재배 확대 지원
경고·지적지원사업
농경연 전문가 협의회재배 매뉴얼 개발·보급, 자율적 재배면적 조절, 지자체 무분별한 지원 자제 논의
경북 A시 스마트팜 단지 조성연 50개소·10ha 추진, 실적 21ha·사업비 35억5500만원
B도 농업기술원샤인머스켓 재배단지 조성 지원 시작
이완용 팜스토리 대표포도산업 컨트롤타워 부재, 과잉재배·홍수출하 방지 필요
과수 농가재배면적 급증에도 정부 수급대책 부재 비판
B도 농업기술원묘목·덕시설 등 신규 재배 기반, 보조율 70%
박용하 한국포도회장정책자금 대출·지자체 재배 독려로 공급 과잉 예견 지적
생산 현장에서도 정부의 수급관리 부재와 재배 쏠림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2021년 2월 본보 기사에서 과수 농가들은 이렇게 반문했다.
“FTA로 수입 포도가 급증해 무너졌던 포도산업을 농가들이 샤인머스켓을 들여와 재배하며 살렸다. 이후 샤인머스켓 면적이 급증하고 있는데 농식품부는 어떤 대책이라도 내놓은 게 있는가”
과수 농가 · 2021년 2월
“정부가 정책자금을 대출해주고 고소득 작목이라고 하니 귀농과 귀촌 인구를 비롯해 청년창업농도 샤인머스켓을 우선순위로 많이 재배했다. 일부 지자체가 소득전략작목으로 샤인머스켓 재배를 독려하기도 해 공급 과잉은 예견될 수밖에 없었던 수순이었다”
박용하 한국포도회장 · 2023년 2월
샤인머스켓 재배 확대를 농가의 선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된 뒤에도 일부 지자체의 지원이 이어진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수급 전망을 지원사업에 얼마나 반영했는지 점검해야 한다.